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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력 08년 6월 7일
- 탐사대원 우르의 일기 중에서 존재 철학의 창시자, 아스문드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신이 정치가를 만든 이유는 사람들에게 철학적으로 사유하는 법을 알려 주기 위해서일 것이 분명하다. 알칼라이트 7번 행성의 개미핥기만큼이나 지능이 떨어지는 인간들이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어쩔 수 없이 인간 존재에 대해서 의심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거기에도 한계는 있다. 모스모다 행성의 다섯 번째 달에 사는 아메바처럼 아무 생각 없는 짓거리를 하는 정치가들을 보노라면, 사람들의 의심은 짜증으로 바뀌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멍청한 정치가를 창조한 신이란 것에 짱돌을 던지기 시작한다. 그쯤 되면 주식 시장의 붕괴는 필연적인 것이므로, 투자금을 모두 빼서 어딘가 조용한 곳으로 내빼는 게 좋을 것이다. 뭐라고? 이게 철학이냐고? 인생 철학이란 원래 이런 거다! 이 멍청이들아!" 뭐, 글쎄, 하지만 불행히도 아스문드는 위대한 존재 철학자였을지언정 위대한 인생 철학자는 아니었다. 어쨌건간에 그는 125차 글렉고어 혁명 당시, 주식 시장에 투자했던 전재산을 잃고 노숙자로 전락해 생을 마감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아스문드의 최후가 어땠는가 하는 게 아니었다. "저, 선배님." 난 불붙은 파라핀 막대기를 흔들다 말고 한동진에게 물었다. "지금 우리가 뭐 하는 건가요?" "뭐긴 뭐야, 촛불 집회에 나왔잖아?" 그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음, 근데 왜 이런 걸 하는 거죠? 구체적으로, 뭣 때문에 이…… 촛불이란 걸 흔드는 건지요?" "우리가 지금 이 촛불을 흔드는 이유가 순전히 뇌용량 2메가바이트짜리 대통령 때문이란 사실을 모르는 건 아마 너뿐일 거다." 뇌용량 2메가바이트? 그건 너무 심한데? 모스모다 행성의 다섯 번째 달의 아메바도 그보다는 뇌용량이 클 거라구! "선배님. 실례일지도 모르지만…… 도대체 어떻게 그런 물건이 대통령이 된 거죠?" 그러자 한동진이 날 빤히 쳐다보며 한숨을 폭폭 쉬었다. "사람들이 너처럼 정치에 관심이 없으니 그런 물건이 대통령이 된 거잖아, 이 머저리 자식아!" 하여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모스모다 행성의 아메바를 잡아 먹고 사는 메뚜기떼처럼 많은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짱돌을 던지는 대신, 파라핀으로 만들어진 막대기에 불을 붙여 흔들며 춤추고 노래하고 있었다. 어쩌면 지구인들에겐 짱돌을 던진다는 행동 패턴이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게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아스문드의 말이 이곳 지구에서 거의 틀림없이 맞아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뭐, 이곳 주식 시장이 붕괴할지 어떨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말이다. 08년 6월 7일 - 한동진의 일기 중에서 윤영철이란 놈은 아무리 생각해도 제정신이 아니다. 저렇게 정치에 무관심한 놈들 때문에 지금 이 나라 정치가 이 모양 이 꼴인 거다! 아니, 잠깐…… 그러고 보니 내가 대통령 선거 때 누굴 찍었더라? 기억이 안 나네…… 지구력 08년 6월 8일 - 탐사대원 우르의 일기 중에서 나는 [지구 탐사 지침서]에 새로운 단어를 추가했다. 촛불 : 멍청한 정치가를 창조한 신에게 던지는 짱돌 대신으로 사용되는 파라핀 막대. 주로 불을 붙여서 앞뒤좌우로 흔든다. 하지만 짱돌을 던지는 것만큼의 효과가 있는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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