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25일
이북 리더기의 미래는 과연 밝은 걸까?
알고 있다. 이북, 물 건너 바다 건너 아마존에서 대박 친 이후로 왕창 떴다. 그리고 요즘 IT 제조업 분야에선 이북 리더기가 최대의 화두다. 제조업뿐만이 아니다. 인터파크 같은 대형 서점에서도 이북 리더기를 만들겠다고 두 팔 걷어부치고 나선 상태다.
하지만 이 바닥의 사람들조차 정말 궁금해 하는 건 이거다. 정말 이북 리더기에 밝은 미래가 약속된 걸까?
분명히 이북 전용 리더기에는 장점이 있다. 아마존 킨들의 서비스를 보면 1) 수백 권의 서적을 단 하나의 단말기로 통합시킬 수 있고 2)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미국 어디서나 즉시 이북을 구입할 수도 있다. 얼핏 보기엔 상당히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아마존은 이미 아이폰용 킨들 앱도 내놓은 상태다. 요컨대 현재 시점에서조차 꼭 킨들 하드웨어를 구입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킨들 하드웨어의 판매 대수도 MP3나 휴대폰 등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아마존이 킨들을 팔아서 올리는 수익이 스티븐 킹 인세 수익보다 적다는 얘기가 있는데, 아주 허튼 소리는 아닐 것이다. 물론 아마존은 유통업체이니만큼 킨들 하드웨어로 수익을 올리지 못해도 일반 서적이나 온라인 서적 판매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하드웨어 업체엔 불가능한 얘기다.
이북 리더기가 하나의 카테고리로 살아남으려면 특징적인 매력이 있어야 한다. 이걸 꼭 사야만 할 이유가.
그리고 그 매력 포인트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게 바로 전자종이다.
오늘날, 아마존 킨들을 비롯한 많은 이북 리더기는 디스플레이 패널로 e-ink의 전자 종이를 탑재하고 있다. e-ink는 크기에 비해 전력 소모가 적고, 종이와 흡사한 느낌 때문에 이북에 적합하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문제는 이거다. 전력 소모량이 적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장점이 없다는 거다.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일단 전자종이는 1) 컬러도 안 되고 2) 동영상도 안 돌아가고 3) 화면을 갱신하려면 2초 가까이 걸리는 데다가 4) 백라이트도 없어서 어두운 곳에선 보이지도 않는다. 당연히 전자종이를 탑재한 이북 리더기에 대한 일반인들의 반응은 대충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이 거지 발싸개 같은 건 대체 뭐에 쓰는 거야?"
그리고, 이 거지 발싸개 같은 게 대략 30만원 정도 한다는 얘길 들려주면,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한 수준을 넘어서 냉소적인 수준으로 돌변한다.
"이런 걸 돈 주고 사라고? 너 미쳤냐?"
평범한 소비자들에게 기술적인 장점을 입이 닳도록 설명해 봐야 소용 없다. 30만원대를 넘는 이북 리더기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고작해야 흑백으로 된 책을 읽는 게 전부라는 걸 말하는 순간, 이미 장사는 볼짱 다 본 셈이다. 그 돈 주고 이북 리더기를 살 바에야 1)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거나 2) 도서대여점에 가거나 3) 아니면 넷북을 한 대 사서 거기서 디지털 북을 보는 편이 낫다. 특히 요즘처럼 컴퓨터 하드웨어 가격이 떨어진 때라면 3)번이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다. 넷북 배터리도 어쨌든 2시간 정도는 버티는 데다가, 요즘은 왠만한 카페에서도 노트북 충전용 콘센트를 비치해 놓고 있으니까.
이북 리더기의 가격이 떨어지려면 원가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전자종이 부품의 가격이 떨어져야만 한다.
그런데 현재 e-ink 패널을 제조하는 업체는 e-ink 본사를 인수해 원천기술을 확보한 대만 PVI, 그리고 한국의 LG 디스플레이, 둘뿐이다. 그나마 LG 조차 대만 PVI에서 핵심 모듈을 받아다가 조립하고 있을 뿐, 사실상 시장은 PVI가 독점하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당돌 빠따, PVI는 지금의 이북 리더기 열풍을 타고 한 몫 챙기는 데 여념이 없다. 경쟁? 기술 개발? 가격 인하? 그런 거 다 뒷전이다. 어떻게든 한푼이라도 더 긁어가려고 혈안이 됐다.
그래도 뭐가 어쨌든 기술은 발전하고 부품 단가는 떨어질 게 분명하다. 언젠가는 전자종이에서 1) 컬러도 되고 2) 동영상을 보여줄 정도로 화면 갱신 속도도 빨라지고 3) 백라이트 같은 것도 들어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 그렇게 되면 - 전력 소모도 비약적으로 늘어날 거다. 반면에 LCD는 AMOLED 등이 발전하면서 전력 소모량이 점진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대체 왜 전자종이를 써야 하는 거지? 그 다음에 이어질 질문은 뻔하다. 이북 전용 리더기가 정말 필요한 걸까?
글쎄, 정말 모르겠다. 나도 알고 싶다.
불행히도 애서가를 자처하는 나조차도 이북 리더기 구입은 주저하는 편이다. 젠장, 기술적인 한계는 나도 이 바닥 사람이라 아주 잘 알고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하잖아?
하지만 한창 루머가 무성한 애플제 타블렛엔 주저하지 않고 돈을 지불할 생각이 있다. 그건 이북도 볼 수 있고, 컬러 동영상도 씽씽 돌릴 수 있을 테니까. 그래, 누가 뭐래도 역시 -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니까!
# by | 2009/10/25 23:21 | 하드웨어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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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잘 쓰시는 거 같아 다행이네요. ^.^
이 글을 보니 뭔가 가슴이 찡합니다!!(?)
링크 신고하고 갑니다 ^^
이게 성공한다면 e-ink 쪽에서는 어떻게든 발전을 이루는 수 밖에 없겠지요.
2. 컬러 e-ink는 이미 존재합니다.(다만 비싸서 그렇지...) 또한 컬러 구현 및 리프레쉬 속도 향상은 전력 소모율을 상승시키지 않습니다. 백라이트는 말 그대로 백라이트니까, 필요하다 싶으면 추가하면 되는 부분이고요. 아, 동영상은 화면 전환 속도가 빨라지는 것 때문에 사용 '시간'의 단축은 될겁니다. (사실 현재 안 달려 있는 제품은 왜 안 달았는지 의아합니다. 극강의 사용 시간을 뽑기 위해서...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되기는 하지만요.)
3. 어쨌거나 현재 수준의 제품은 아직 돈 주고 사라고 한다면 저로서는 손이 안가네요. 최소한 백라이트는 좀 달아줘야 다른거 참고 쓸텐데, 그것조차 안 해주고 팔아먹는다니 좀 아깝습니다.
2. 문제는 contents겠죠, 계속. 제가 킨들을 산다면 최소 2주가 걸리는 원서 배송 기간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1kg 내외 무게의 넷북(거기다 건전지와 코드라니?;;)을 들고 다니기 싫다는 이유일 거구요.
3. 그러므로 국내 리더기 시장은, 말씀대로, 별로 답이 안 보이는 군요-_-
이북의 핵심은 얼마나 콘텐츠 공급 비즈니스가 완성도높게 나오느냐일겁니다.
헌데 이것이 해결된다면 MID에 PMP에 넷북에 스마트폰에 PC까지 밥숟가락 얹을건데 이들과 경쟁이 쉬울지는 의문입니다.
왜 전자책이 동영상을 지원해야해요? 책은 책이지. 영상보라고 있는게 아니잖아요.
30만원에 돈 조금 더 얹으면 책은 물론이고 동영상 기타 여러가지를 할 수 있는 PMP나 심지어 넷북도 살 수 있는 마당에 저걸 살 이유가 없죠.
저게 가진 유일한 이점은 전자잉크라서 보기 편하다는 건데, LCD나 OLED로 눈아파서 책 보기 어렵다는 사람 자체가 극소수입니다.
사람들이 꼭 저 전자책 기기로만 전자책을 보게 강제하려면 DRM같은 걸 들고나와서 특정기기에만 돌아가는 포맷을 유통시키는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뭐 아무도 안보겠죠.
이게 아직 살 물건이 못된다는 결론은 자연스러운 거죠.
북미 쪽에서 이북의 최대용도는 대학생이라고 하더군요.
특히나 큰 전공서적을 가지고 다니는 것에 비하면 상당한 이점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전 동영상이나 컬러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입니다. 괜히 그럴 필요가 -_-
최근에 샤프제 흑백 저반사 LCD를 이용한 이북 리더기가 중국에서 나왔는데, 가독성은 물론 비용면에서도 이쪽이 훨씬 낫더군요. 전력 소모량은 어쩔 수 없지만.
하지만 뭐가 어쨌건 저쨌건 이북 '전용' 리더기란 게 설 자리가 있을지 정말 의심스럽습니다. 현재 이북 리더기의 장점이란 건 꼴랑 전자잉크뿐인데, 이게 어떤 부분에선 LCD나 OLED보다 가독성이 더 떨어지는 데다가, 향후 기술 발전 가능성도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 휴대폰이 됐건 뭐가 됐건 - 범용 휴대용 디바이스를 이길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단말기의 가격이라던가 성능보다 더 문제가 되는건 컨텐츠입니다. 책을 살수가 없어요. 전자책 파는데 가면 있는건 무협, 판타지소설 뿐입니다. 모든 책은 어렵더라도 베스트 셀러 정도는 인쇄본 발매된지 2~3주 안에 발매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도 1Q84는 그 어떤 전자서점에서도 팔지 않더군요. 오죽하면 아이리버 스토리 샀을때 사은품으로 웹하드 쿠폰이 5장이 오겠습니까. 전자책 사는것보다 TXT 파일 웹하드에서 구해 보는게 빠르니..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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